아바타 2 감상문
<아바타 2 : 물의 길> 을 보고 옛 네이버 블로그에 남겼던 글이다.
##약스포 주의##
오늘은 영화 아바타 2를 보고왔다. 한줄평을 하자면
포경은 하지 말자.
그런데 고래에게서 영생을 가능케 하는 기름이 나온다면,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바타 1편도 마찬가지다. 반중력을 가능케 하는 물질이 묻힌 땅이라면 이종족의 생명을 어디까지 존중해 줘야 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공감은 자신의 감정을 비추어 보는것으로, 미루어 짐작하여 얻어지는 것 아닐까?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직접 볼 수 없고, 그저 상대의 마음을 추정할 뿐이다. 같은 종 끼리도 이런데, 인간이 다른 생명을 진정으로 존중할 수 있는가?
그 고래 비슷한 생물이 고도의 지적생명체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작살로 잡아 죽이는데 성공하자, 엄청난 수익을 얻었음에 선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기 어려운 것 같다.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는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부처나 예수같은 성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환호성이 아닌 눈물을 흘릴 수 있겠지만, 현생 인류중에 과연 그런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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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실제 자연을 보는 듯 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경이로운 세계를 창작한 작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아주 선명하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그 세계로부터 경이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 아닌가? 이미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자연과 세계를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를 창조해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의 자연이 가진 신비, 우리가 분명히 느꼈던 경이로움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는 것 같다.
언젠가 나도 이런 세계를 창조할 날이 오겠지만, 가급적 늦게 만들었으면 한다. 톨킨이나 어슐러 르 귄의 문학 속 세계같은, 치밀하게 짜여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은 그 작가의 모든 경험과 생각을 녹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갖는 모든 설정과 지명 역사 인물 등등은 작가의 관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늦게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런 세상을 창조할 역량이 안되고, 창조한다면 엉성한 세계를 구성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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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된 인격체인 쿼리치는 자신이 복제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원본의 아들을 아들로 여긴다. 좀 인상깊었다.
주인공 설리는 인간으로서 살았던 시간이 나비족으로 살았던 시간보다 길지 않았는가? 어떻게 아이를 낳고서 아이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인간의 심미안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기호의 집합이라면, 우리는 우리 종의 아이가 갖는 특징을 귀엽고 아름답게 볼 것이다. 그렇다면... 나비족 아이는, 인간 아이의 특징을 상당수 공유 할 것이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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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개인의 능력이 더 강해진다면, 우리 사회의 디자인은 좀 더 다양해 질 것이다. 예를 들자면... 만약 모든 사람들의 점프력이 현재의 3배로 늘어나면 어떨까? 사회는 그것을 고려하여 모습이 변할 것이다. 계단의 턱 높이가 높아진다던가, 층계를 계단 대신 벽에 박힌 막대 셋으로 교체한다던가 말이다. 요점은, 종의 평균 능력이 더욱 증강되어 상향평준화 될 수록, 사회 속 건물과 도구들의 디자인은 더욱 다양해 질 수 있고, 낮은 능력을 지닌 존재는 불편해 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계단의 폭이 꼭 30cm 이상이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좁은 계단폭을 편히 오를 수 있는 사람과 그게 되지 않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더 증강된 이들의 능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에, 나비족의 도시 모습은... 상당히 인상깊다. 이번 2편에 공개된 그... 무슨 부족 하여튼 바다에 사는 그들의 건축양식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낮든 높든 상관 없이 편하게 사용 가능한 구조로 보인다. 그토록 강인한 근력과 지구력을 지닌 존재들의 마을이 그토록 힘을 요구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은 상당히 인상깊다. 어린 개체의 자유를 위한 일종의 유니버설 디자인일까? 혹은 증강된 존재라도 평소에는 힘을 아끼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아이를 키우는 공간이 분리되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사용할 에너지가 넘치는 사회가 미래에 다가온다면, 우리 사회는 더 증강된 사람들만이 더 많은 장소를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불균형한 도시를 만들게 될까? 매우 궁금하다. 그런 사회가 도래한다면, 도시는 정말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모양과 기능을 지닌 건물들로 구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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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모든 식물이 거대한 신경망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면, 그것은 뇌와 다를 게 있는가? 없지 않나? 아서 C 클라크의 그 소설이 떠오른다. 단편인데... 음... 내부의 액화된 가스들이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거대한 가스행성이 지능을 지녔고, 인간의 전파를 인지하고 지구로 날라오는 소설이 떠오른다.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그런 소설이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기존에 여러 소설에서 제시되었는데 그 모든 소설들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이는 지능과 의식에 대한 모호함,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파이널 판타지](2001년 개봉)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떠오른다. 가이아 이론을 주제로 하여 외계종족의 영혼을 궤도폭격으로 달래주는 영화다. 아니지, 궤도폭격으로 깜짝 놀란 외계종족의 영혼들을 인간의 영혼에 동화된 외게종족의 영혼의 울림으로 승천시키는 영화다. 행성이 살아있다는 관점은 언제나 흥미로운 관점이다. 아바타의 행성이 위대한 어머니라 불리는 거대한 신경망과 어느정도 까지 연결되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와 좀 닮은 꼴 인듯 하다.
만약 엄청난 시간이 흘러서 우리 문명이 극단적으로 IoT 기술을 발전시키면, 아바타의 행성 위 식물들이 이룬 네트워크와 유사한 규모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까? 증강현실과 결합한 IoT가 이룬 거대한 네트워크가 자의식을 지닐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생각도 디테일은 좀 다르지만 아서 클라크의 단편에 있다. 세계의 모든 전화선을 뇌로 삼는 초지능이 깨어나는 단편소설이 있다. 역시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방금 내가 말한 생각과 이 소설은 골자가 같다. 아바타도 같다. 거대한 네트워크는 지능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아마도, 작가를 매료시킨다.
인드라프라미트 다스의 [칼리_Na]도 좀 유사한 느낌이다. 가상현실 속에 창조된 학습하는 신, 신을 대행하는 AI의 완성은 거대한 신경망이 완성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 내 감상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테드 창의 소설에 지금까지 이야기 한 "거대 네트워크의 의식 획득"에 관계된 내용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어쩌면 내가 읽어놓고 떠올리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숨]과 같은 스케일로 서술된 거대 네트워크에 대한 소설을 써 주시면 너무 좋겠다.
2022Y 12M 17D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