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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ism] 환상과 이민하

1. 서론

본 비평문은 시인 이민하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2장에서, 다음 네 권의 시집에서 표제작 혹은 표제작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을 하나씩 선별하여 재단비평을 수행한다.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세상의 모든 비밀』, 『미기후』. 이때 재단비평은 ‘환상과 주체의 관계’를 기준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네 편의 시에 대한 비평을 기반으로, 이민하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3장부터 전기적 관점을 도입한다. 3장에서 이민하의 이력을 정리하고, 전기적 관점에서 이민하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4장에서는 본 비평문의 전체 내용을 정리한다.


본 문서는 학부 4학년 1학기 중간고사로 제출했던 것이다.

원문: 이시헌 - 환상과 이민하

2. ‘환상과 주체의 관계’를 기준으로 한 이민하의 작품세계 분석

2.1. 분석 대상

앞서 서론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서, 각 시집의 대표 시 한 편씩을 비평한다. 이때 『환상수족』과 『세상의 모든 비밀』에는 표제작이 존재하지만, 『음악처럼 스캔들처럼』과 『미기후』에는 표제작이 없다. 그러므로 표제작의 지위를 갖는 작품을 찾아내어야 한다.

당초, 시어를 중심으로 시집이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내포하는 작품을 찾고자 시도했지만, 유의미한 작품을 찾지 못했다. 이때 눈에 띈 것이 시집의 뒤표지에 쓰인 글이다. 놀랍게도 표제작이 있는 시집보다 없는 시집의 뒤표지가 훨씬 더 풍성했다. 무엇보다도 하나의 완결된 시로서 쓰인 것이 명백한 글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것이 표제작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표제작이 없는 시집들에 대해서는, 뒤표지의 글이 시집의 이름을 제목으로 갖는 시라는 가정 하에 비평을 수행하도록 하겠다.

2.2. ‘환상’의 정의와 분석 방향

한편 환상성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 논문에서 정의한 환상의 개념을 인용하도록 하겠다. ‘디지털 시대에 나타난 현대시의 환상성 연구’(이재훈, 2016, p.12)에서는 토도로프와 로지 잭슨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환상시’의 개념을 정의하는 몇 가지 연구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 묘사 및 기술의 대상과 방식을 아우르는 일정한 표현 방식이나 양식 개념으로 설정한다.

②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 사건이나 현상의 기술이 주조를 이루는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③ ‘환상’ 개념의 외연을 경이와 괴기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한다.

④ 환상이 비유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경우에 한정해 개념을 적용한다.

즉, 상기 연구(이재훈, 2016)에서 환상시의 ‘환상’이란, 일정한 표현 양식이며, 동시에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 사건이나 현상의 기술을 통하여 구성되며, 경이롭거나 괴기한 것 또한 포함하는 것이다. 이때 ‘환상시’란, 이러한 환상을 비유로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 그 자체를 포함하는 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위와 같은 환상성의 정의를 기반으로, 개별 시에서 환상이 주체와 상호작용 하는 지점을 탐구하여 시를 비평할 것이다.

2.3. 『환상수족』

마네킹이 모퉁이를 돌아간다. 텅 빈 소매가 나풀거린다. 타닥타닥 보도블록에 무릎뼈가 닿을 때마다 두 귀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분홍색 살점을 떼어 마네킹의 무릎뼈에 붙여 준다. 마네킹은 목을 꺾지도 않고 또 다른 모퉁이를 돌아간다. 공원을 가로지를 때 나무 그늘에 쪼그리고 있던 앉은뱅이 소년이 튀어나왔다. 소년을 따라 물고기를 닮은 계집아이가 돌멩이를 던지며 튀어나온다. 다시 보니 계집아이는 가슴살을 뜯어 소년에게 던지고 있다. 마네킹은 또 다른 모퉁이를 돌아간다. 앞에서 마주 오던 검은 구름이 말을 걸었다. 마네킹은 쓸모없는 구두와 장갑을 팔러 정육점에 간다고 대답했다. 네겐 구두와 장갑이 보이지 않는걸. 구름이 가던길을 되돌려 뒤따라 왔다. 마네킹은 아무런 대꾸 없이 또 다른 모퉁이를 돌아간다. 길가 벤치에서 잠을 자던 노파가 마네킹을 보고 아는 체를 한다. 노파의 아가미에서 비린내가 났다. 군데군데 살점이 뜯긴 축축한 몸을 소나기가 파먹고 있다. 넝쿨 같은 비가 마네킹을 덮쳤다. 마네킹은 얼굴에 들러붙은 나뭇잎을 뜯어내려고 손을 뻗친다. 이마에서 두 팔이 뻗어나와 공중에 흩어진다. 마네킹은 연기처럼 찢어지는 두 팔을 보며 서른 번째 모퉁이을 돌아간다. 뼈끝에서 살이 찌는 구두와 장갑이 무거워 횡단보도 앞에 잠시 멈춘다. 문이 닫히기 전에 정육점에 가야 한다. 차도에는 질주하는 바퀴들이 핏물을 튀기고 있다. 마네킹은 목을 꺾어 뒤를 돌아본다. 사람의 앞면을 지닌 마네킹들이 걸음을 재촉한다. 타닥타닥 뼈 부딪는 소리가 바닥을 질질 끌고 모퉁이를 돌아간다.

*환상수족(phantom limb) : 수족이 절단된 후에도 없어진 부위가 아직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
-「환상수족」(이민하, 2015: 110) 전문

가장 먼저 돋보이는 것은, 그로테스크한 표현이다. 이때 그로테스크를 형성하는 대상이 현실세계에서는 무정물인 마네킹이라는 점에서 「환상수족」의 환상성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분히 초자연적이며,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네킹만이 환상성을 형성하는 대상은 아니다. 상술한 전문을 기반으로, 2행에서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분홍색 살점을 떼어 마네킹의 무릎뼈에 붙여”주기도 하며, 5행에서 “계집아이는 가슴살을 뜯어 소년에게 던”지기도 하고, 9행에서는 “노파의 아가미에서 비린내가”나기도 한다. 이들 문장에서 드러나는 대상은 독자의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거나 상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대상들(시의 전문에서 기울여 처리한 부분)을 모아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마네킹 / 지나가던 사람들 / 계집아이 / 검은 구름 / 노파 / 소나기 ]

이들 대상이 지니는 비현실적 요소들을, 굉장히 사실적인 시적 논리를 통하여 엮어내었기에, 이 시가 환상시로 규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환상수족」의 주체는 어떠한가?

가장 명료한 주체는 마네킹이지만, 유일한 주체는 아니다. 지나가던 사람들과 계집아이가 뜯어내어 건네는 살점이 소통으로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살점은 곧 언어, 특히 입으로 발화되는 말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시의 마지막 두 문장에서 마네킹이라는 주체를 바쁜 현대인의 이미지와 엮어내는 것으로 짐작하자면, 「환상수족」에 등장하는 ‘지나가던 사람들’과 ‘계집아이’는 일종의 군중으로서 하나의 주체를 형성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에는 최소한 둘(마네킹=현대인의 초상, 지나가던 사람들&계집아이=군중) 이상의 주체가 존재한다. (나는 이 두 주체를 시의 핵심으로 보았다.)

나는 이 주체와 시인의 거리를 논하고 싶다. 인간이 아닌 마네킹을 통하여 형성된 주체에는, 시인 본인의 자아가 투영될 여지가 적다고 느꼈다. 이는 인간 화자가 주체를 형성하는 것에 비하여, 환상성에 기반을 두어 살아 움직이는 마네킹이 형성하는 주체가, 시인의 자아와 더 먼 거리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는 일종의 방법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환상성과 창작 론의 혼합. 시인 이민하가 언어의 발화로 자신의 일부 자아를 투영할 주체를 탐색하기보다는, 환상성에 의해 모호해진 대상을 통하여 만들어진 주체에 의존하여 시를 써내려갔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시인 바깥의 주체를, 자신의 관점이 담긴 언어을 포기하는 것을 통해 (소환하는)불러내는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환상성을 통하여 언어의 발화에 담길 자연스러운 관점을 상쇄하고 포기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의 소환이 특수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이민하의 시가 주는 특수한 느낌은 환상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환상성을 사용하여 소환한 ‘시인 외부의 (주체)자아’가 주는 넓은 스펙트럼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인의 보통의 방법으로는 창조할 수 없는, 시인에게서 한참이나 동떨어진 주체를 시로 끌어당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환상수족」은, 이질적인 주체를 소환하는 특수한 방법론을 통하여, 독자에게 신선한 감각을 선사하는 양질의 환상시라고 평할 수 있다.

2.4.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나는 A형이다. AB형 남자와 O형 여자가 나를 기록했다.
A형 외에 다른 피에 대해선 발설되지 않는다.
아무도 구분해주지 않는다. 가령, 유리血.
열세 살의 키스와 거울의 체온. 눈을 감아봐. 처음 분리된 그녀가 검은 교복 치마로 나를 감쌌다. 그해 화양동에서 붙박이 할머니는 염습으로 새단장되었고 노래하던 개가 집을 나갔고 정신여고의 채플 시간마다 책상 아래 숨겨질 만큼 난 미리 조금씩 작아졌고 밖에는 잇몸이 예쁜 언니들이 늘 젖어 있었다.

무슨 걱정이에요. 긴 잠에서 깨어나 우리는 안녕! 내일은 봄의 쇼윈도를 지나 출렁거리는 육교(肉橋)를 타고 만날 거잖니. 신축 병동이 공사 중인 등넝쿨 아래 반짝이는 휠체어가 덜 마른 산책로를 구르고, 반소매 차림의 팔이 빨간 사람들 틈에 섞여 진료실의 불빛은 비행접시처럼 몇 개의 깃털을 털고, 청진기를 서로의 창문에 대고 맥박의 리듬 속으로

창백한 당신이 들어온다. 당신의 손목을 놓친 주치의는 베이커리에서 새로 구운 아침을 시작하고, 당신은 어떤 날엔 화장(火葬)을 곱게 하고 내게로 온다. 웃자란 손톱으로 나의 내장을 뒤적이며 악기를 고른다. 갈빗대가 우수수 떨어지고 유릿방울이 터져나온다. 뒤따라온 주치의가 허리를 구부려 바닥을 훔치는 나의 몸을 펴고 시간의 유리창을 갈아끼운다. 時集이 가볍게 死月에서 orWall로 토스됐다.

폭발 직전까지 팽창하는 수소풍선처럼 두렵던 말들이여, 나의 적대감은 틀렸다.
목소리가 성가신 날이 온다면 그때야말로 끝이다.
사모하는 침묵이여, 사실은 네가 두렵다.
너는 강하고. 향기롭고,
나는 연거푸 변성기를 지나고,
너는 강하고. 향기롭고,
나는 문득 사라지고,
- (음악처럼 스캔들처럼)무제 (이민하, 2008: 200) 전문

이 글은, 『음악처럼 스캔들처럼』의 뒤표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이 글에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 누가 썼는지, 어디에서 인용했는지 등의 정보가 전무하다. 내가 찾아본 바로는, 수록된 시의 일부 또한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을 또 하나의 시로 보았다. 시집의 이름인 ‘음악처럼 스캔들처럼’을 제목으로 갖는 시.

이 시 또한 환상성을 지닌다. 두 가지 방법으로 환상성이 구축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환상수족」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초현실적인 현상의 기술(2연의 기울여 처리한 부분, “웃자란 손톱으로 … 유리창을 갈아끼운다.”)에 기반을 두어 환상성을 달성한다. 두 번째로는 언어유희에 기반을 두어 초현실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있다.

두 번째 경우에 주목하자. “유리血”, “할머니는 염습으로 새단장되었고”, “출렁거리는 육교(肉橋)”와 같은 예시에서 보여주는 언어유희 요소가 주는 초현실적인 느낌이 있다. 특히 肉으로 이루어진 다리가 출렁이는 이미지는 놀랍다. 2연의 발화자가 건너는 다리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하지만, 분명히 상징이 아니다. 발화자는 분명히 그 다리를 실존하는 것처럼, 건널 것처럼 대한다. 그렇기에 이것은 앞서 정의한 환상의 정의에 부합한다. (肉橋 이후의 몇 문장의 묘사는 환상이 아니다. 비유하는 묘사.)

1연과 2연의 핵심 주체는 하나. 3연에 또 다른 주체가 하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형성된 주체는 유리로 된 피가 흐르는 사람. 그러나 3연의 주체가 동일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유리血이 흐르는 주체의 신체적 특질이 만드는 환상성과, 어조에서 오는 분위기가 3연에서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2연에서 또 다른 주체가 보인다. “무슨 걱정이에요. 긴 잠에서 깨어나 우리는 안녕! … 맥박의 리듬 속으로” 의 발화를 수행하는 사람 말이다. 아마도 의사로 보이는 이 (주체)사람은, 앞서 형성된 유리血이 흐르는 주체의 가슴을 열고, 부서진 유리 방울들이 쏟아진 자리에 ‘시간의 유리창’을 끼운다.

그러므로 이것은 최소 둘 이상의 주체([유리血이 흐르는 화자: 이하 주체 1], [의사: 이하 주체 2], [3연의 누군가: 이하 주체 3])가 있는 시이다. 그러나 [주체 1]은 「환상수족」의 마네킹과 달리, 시인 외부의 주체를 소환하기 위함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이는 시의 시작과 함께 주체의 근원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부모. 돌아가신 할머니. 설명되지 않는 유리血에 대한 경험. 이 모든 것들이 주체를 분명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즉, [주체 1]은 분명 환상성을 지닌 주체이지만, 환상성에 의존하여 소환된 주체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주체 1]이 시인의 내부에서 자아의 일부를 투영 받아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체 분석을 기반으로 시를 한 번 더 보아도, 여전히 3연이 이질적이다. 환상성을 지닌 두 주체가 이미 시를 완결 지었다는 느낌을 주는데, 굳이 3연이 등장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은 시인의 개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시창작에 대한 시인의 첨언이다. 3연의 ‘나’는 시인과 매우 가깝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첨언을 제거하지 못하여, 표제작으로서 시집의 내부에 수록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주체 1] 또한 시인과 가깝다는 추론을 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주체 1]은 시인이 시를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현하는 사람으로서 등장한 것으로 확장된다. 유리조각들을 게워내고, 새로운 유리창을 가슴에 담는 행위가 곧 이민하의 시창작 방법론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시를, ‘환상성의 힘을 빌어서 시인의 자아를 흐리는 방식으로 주체를 창조하려 했으나, 3연에 이르러 실패한 시’라고 보았다.

2.5. 『세상의 모든 비밀』

나는 옆집 아이의 태생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 애 아빠의 정치적인 비밀을 알고 있다
왜 그들은 내게 입막음을 안 하나

하루아침에 미용실 여자가 미인이 된 까닭을,
편의점 남자가 시인이 된 까닭을, 그들이 손잡고 구청에 간 까닭을,
석 달 후 남자 혼자 구청에 간 까닭을 나는 알고 있는데

여자의 머리색이 남자의 정치색과 어울려
신발 속에 감춰진 짝짝이 양말처럼 아무도 모르게
호들갑을 피우는 오후

선박처럼 무거운 귀를 잠시 멈추고 잠이 오는 의자에 앉아
문맹인 나는 머리색을 바꾸고
색맹인 애인은 이별의 편지를 바꾸고

내 귀를 타고 밀입국한 사람들은
어떻게 빠져나온 것일까 반대편 귀를 향하여
얼굴을 뒤집고

지하철 남자의 의족이 지상의 물결 위로 떠오를 때
인어공주가 되는 이야기
아름다운 두 다리의 침묵에 대하여

진위 논란으로 시끄러운 세상에 대하여
칼의 입맞춤 대신 물거품이 되어 바다에 녹아버린
성전환자의 슬픈 동화 속에서
목소리를 가로챈 마녀의 기술처럼

목사의 안수기도에 섞이는 어떤 성분들
이를테면, 앞 못 보는 어둠의 눈을 번쩍 후려치는
어떤 선언들

늙은 소녀들은 아직 사랑이 넘치고
구걸하는 남자들은 눈물이 넘쳐서
기울지도 침몰하지도 않는
어떤 세계에서

흩어진 나의 비밀들은 어느 귀를 타고 흘러가는가
내가 같은 남자와 백번째 헤어진 날에 대해

당신은 지금 내 비밀 하나를 보관 중이다
혀처럼 얇게 저며진 물결 하나가 귓속으로 들어갔다
의도하지 않아도

언젠가 귀를 기울이는 쪽에서
당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세상의 모든 비밀」(이민하, 2015: 132) 전문

1~3연은 이해하기 쉽다. 서사에 기반을 두어 부드럽게 독자를 시의 세계로 초대한다. 비밀을 듣는 청자로서 주체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4연부터 10연까지 천천히, 온통 비밀과 거짓으로 가득 찬 세계에 대한 생각을 통하여 주체가 특정되어간다. 그러나 이전에 비평한 시들과 달리, 이 시의 주체 형성에는 환상성이 관여하고 있지 않다. 「환상수족」에서 시인이 보통의 방법으로 창조할 수 없는 주체를 소환하기 위하여 환상성에 의존했고, 『음악처럼 스캔들처럼』의 뒤표지에 자리한 글에서는 시인과 가까운 (주체)화자의 자아를 흐리는 것에 환상성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비밀」의 주체는(사용된 언어가 다분히 환상문학적인 느낌을 전달함에도) ‘환상’의 형성과 연관 없이 주체가 형성되고 있다.

이 시의 환상성은 11연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주체가 특정된 10연의 직후, (기울여 표시한 부분) “혀처럼 얇게 저며진 물결 하나가 귓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며, 독자를 환상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전의 모든 비밀들을 한 귀로 듣고 흘러 지나가는 것이었지만, 11연에서의 (비밀)물결은 아니다. 주체가 당신에게 건넨 비밀은, 당신이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말’이 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느껴지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나는, 이 시의 주체 형성에 환상성이 별 관여를 하지 않았지만, 능동적으로 독자를 환상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주체와 환상성이 밀접한 연관을 맺은 시라고 보았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환상의 사용이, 일종의 에피파니를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비평한 두 편의 시에서는, 환상성이 주체의 형성과 변주에 국한되어 사용된 느낌이라면, 「세상의 모든 비밀」에서는 다분히 환상소설에서의 용법을 따르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말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하여 이뤄내는 깨달음의 구현을, 시에 적용해냈다고 볼 수 있다.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비밀」은 조금 더 보편적인 환상성의 사용을 보여주는 시라고 평할 수 있다.

2.6. 『미기후』

처음 제목은 ‘새의 심장을 지닌 개의 노래를 듣는 밤’이었다. 묶었다 풀었다 시집을 목줄처럼 쥐고 2년여를 끄는 동안,
떨어져서 걸었다. 떨어져서 앉았다. 떨어져서 먹었다. 떨어져서 읽었다. 떨어져서 만났다. 떨어져서 헤어졌다. 떨어져서 잤다. 떨어져서 꿈꿨다. 떨어져서 있었다. 떨어져서 없었다. 한 사람과 한 사람, 아픈 사람들이 문득 떠올랐는데 얼굴이 닮아 있었다. 같은 질환이나 증상을 앓으면서 공유하게 되는 표정이 있다. 이방인들의 표정과 소수집단의 표정이 있고, 가까이서 보면 생전의 병력에 따라 시체들의 표정도 다르다. 그런 고유함. 그런 다양함. 이 사람이 저기 가면 저 사람이 된다. 그런 얽힘들. 그런 겹침들.
죽을 때까지 쓰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걸 알아버렸다. 내가 누워 있던 내내 나와 조금씩 닮은 그들이 내 의자에 앉아 연필을 깎았다. 심지어 내가 죽었던 날에도 멈추지 않았다.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살이 깎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몸속에서 연필심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일 센티씩 밖으로 나왔다. 말더듬이처럼 아홉 계절을 기어서 나왔다. 그물코 같은 마음들이 끌어주었다. 다 갚을 수 있을까. 이 시집은 그러므로 일 센티의 속도, 일 센티의 사랑. 세계적인 우울과 각자의 기후 속에서,
떨 어 져 서


- (미기후)무제 (이민하, 2021: 200) 전문

이 시의 주체는 시인과 매우 가까워 보인다. 시인 그 자체로 읽히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집 내부에 수록하지 않고, 뒤표지에 남긴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것은 시이다. 최대한 전기를 배제하고 순수한 시로 보아 비평을 진행해 보겠다.

앞서 「세상의 모든 비밀」의 방식과 유사하게 쓰였다고 볼 수 있다. 주체의 특정에는 환상성이 관여하지 않으며, 이미 존재하는 주체가 환상으로 독자를 밀어 넣는다. 그러나 차이점 또한 있다. 「세상의 모든 비밀」의 주체는 환상의 세계로 진입하지는 않고, 『미기후』의 뒤표지 글의 주체는 (기울여 표시한 부분)환상 속에 있다. 환상과 상호작용 하며, 환상에서 허우적거리다 빠져나온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비밀」보다 조금 더 환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소 환상을 구성하는 대상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환상 속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이 앞서 제시한 환상시의 네 번째 정의(“환상이 비유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라면, 시의 본문에서 기울여 표시한 영역은 환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체가 시의 후반부에서, 환상의 영역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울여 표시된 영역)환상의 영역에 속했던 시절에 대한 발화가 이미 페이소스를 잃고, 이 글을 환상시의 영역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환상이 비유가 아니라, 실존하는 것으로 여겨질 때, 환상성이 구축되고 독자에게 전달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시는, 시인과 매우 가까운 주체를 통하여 창작된, 환상의 영역에서 벗어난 현재의 주체가 발화하는, 시집을 완성해나가며 수렁에서 빠져나오도록 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시이다. 그러므로 환상을 사용했지만, 환상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떨어져서’란 표현이 재미있다. 시의 시작부에서 주체는 무언가와 떨어져서 행동한다. 이때의 ‘떨어져서’는 낙하가 아닌 분리. 거리를 둔다는 의미의 ‘떨어짐’이다. 그런데 시의 끝 지점에서는 어떠한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낙하의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읽힌다.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보고, 마치 주체가 세상으로 떨어져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내 육신은 거리를 두지만, 내 마음은 바라보는 대상으로 낙하한다는 말이다. 굉장히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구체시의 방법론으로 시의 해석 방향을 유도한다는 것이 재미있는 지점이다. 이 시도가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시의 주체를 『음악처럼 스캔들처럼』에서 보인 방식대로 환상성을 동원해 흐리도록 한 다음, 이 시를 시집의 내부에 표제작으로 포함했다면 좋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글의 주체는 곧 화자이고 시인이다. 누가 읽어도 시인이거나, 시인과 아주 가까운 대리인으로서의 화자로 읽히리라. 하지만 이민하 시인은 이미 환상성을 통하여 주체를 소환하거나 변질시키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자연스럽게 그러한 방법으로 이 글의 화자를 다변화된 주체로 다듬었을 때 탄생할 작품이 너무도 궁금하지 않겠는가? 나는 너무도 궁금하다. 보고 싶다.

2.7. 환상과 주체의 관계에 집중한, 이민하의 작품세계 분석

이민하는 환상을 다루는 것에 통달했다. 특히 초현실적 사건이나 현상의 기술을 통해 달성되는 종래의 환상성을 넘어서, 시의 주체를 소환하고 흐리는 방식에 환상성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서 분석한 시에서 보인 환상의 사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

가) 시인 외부의 주체를 소환하는데 사용한다.

나) 시인 내부로부터 기인한 주체를 흐리게 만드는데(변조하는데) 사용한다.

다) 독자를 밀어 넣을 공간을 구성하는데 사용한다.

라) 주체가 진입할 공간을 구성하는데 사용한다.

공간의 형성에 환상을 사용하는 것은 서사 장르에서 많이 사용된 전통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주체의 형성에 환상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민하 시인은 가)와 나)의 경우와 같이 환상을 사용하였는데, 가)의 경우가 특별하다. 이민하 시인은 「환상수족」에서 자신이 일반적으로 창조할 수 없는 주체를 외부에서 공수해 온다. 시인이 일반적으로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자아의 조각을, 환상을 매개로 불러낸다는 말이다. 불러낸 자아는 자연스럽게 주체의 자리를 차지하고, 독자에게 이질감을 전한다. (자신의 언어에 담기는 일부 관점 조각을 상쇄하기 위하여, 환상성에 의존해 대상을 기술해나간다는 말이다.)

이때 가), 나)를 하나의 축으로, 다), 라)를 하나의 축으로 하여, 앞서 분석한 네 작품을 그래프에 배치시키면 다음과 같다. (Y축의 경우, 환상이 주체 형성에 얼마나 관여하는지를 표현, 위로 갈수록 관여 정도가 높고, 아래로 갈수록 관여 정도가 적다. X축의 경우 환상이 공간 형성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표현. 왼쪽으로 갈수록 독자의 진입을 전제한 환상 공간을 형성, 오른 쪽으로 갈수록 주체의 진입을 전제한 환상 공간을 형성.)

환상과 주체, 환상과 공간 매트릭스
[그림 1] 환상과 주체 & 환상과 공간 매트릭스

분석한 시의 개수가 적음에도, 이민하의 환상 사용 양상이 다채롭다는 것이 드러난다.

환상에 의하여 소환된 주체가 독자에게 신선한 감각을 전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주체가 독자를 환상 속에 밀어 넣도록 한다. 때로는 주체가 환상 속으로 진입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민하는 환상을 주체 형성과 공간 형성에 모두 동원할 수 있는, 그야말로 환상 사용에 통달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여, 시인은 고통과 고독에 대한 시를 창작해 온 것이다.

3. ‘이민하’의 이력

환상성에 집중하여 이민하의 시 세계를 탐구하였으니, 이제 전기적 시점에서 이민하의 작품세계를 조망해 볼 것이다. 그를 위해 우선 이력을 정리하고, 개별 시집에 대한 공개된 해설을 정리하여, 전기적 관점에서의 이민하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것이다.

3.1. 이민하 연보

이민하의 이력을 연보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67 전라북도 전주 출생. 4남 1녀 중 셋째.
1979 서울로의 이주. 어린 시절 잦은 이사 경험으로 오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려웠다.
대학 시절 (정확한 연도 불명) 국문학 전공(그러나 시는 독학), 모친상.
2000 ‘현대시’ 등단.
2005 『환상수족』발표.
2008 『음악처럼 스캔들처럼』발표.
2012 『모조 숲』발표.
2015 『세상의 모든 비밀』발표.
2021 『미기후』발표
2022 제 20회 지훈문학상 수상. (김미경, 2022) (『미기후』)
2022 제 36회 상화시인상 수상. (백승운, 2022) (『미기후』)

3.2. 이민하의 생애

이민하 시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러나 연보 속에 감추어진 어린 시절에 대한 시인의 발화가 있다. (김재홍, 2015)

“전주에서 태어나 열두 살까지 살았어요. 가족이 먼저 서울로 이사 온 후 몇 개월을 떨어져 지내다 혼자 서울에 온 걸로 기억돼요, 확실하진 않지만. 내성적이고 독립적이고 평범한 아이였어요. 이사를 자주 다녀서 길이 늘 낯설었고 미아가 된 적도 있어요. 초등학교는 세 군데 다녔기에 오래된 친구가 없었고요.”

해당 인터뷰의 작성자(김재홍)는, 위의 발화를 근거로 이민하 시인의 반주광성(反走光性)과 비활동성의 연원을 추론한다. 잦은 이사와 고독, 그 상황 속에서 전주천 물결에 위로받은 유년기.

한편, 어린 이민하는 6학년 1년간 신장질환 치료를 받았고, 중학교에 등교한 첫날 뒷자리에 앉았던 아이가 죽음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 이후 서울에 와서도 가까운 사람들이 비명횡사하는 일이 많았고, 그때마다 자기 탓인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김재홍, 2015)

그리하여 김재홍은 이민하 시인에게 ‘상처’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시와 어떻게 관계를 맺든 말이다.

2015년의 인터뷰를 넘어, 2022년에 작성된 인터뷰로 넘어가면 2022년의 이민하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무엇에 관심을 갖고 시를 쓰는지가 드러난다. 인터뷰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백승운, 2022)

저는 책상머리 시인입니다. 사적인 외출이 일 년에 몇 번 안 됩니다. 원고 청탁 전화를 받으면 가끔 "칩거 중이세요?" "지방에 사세요?" 이런 말도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40년 넘게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붙박이입니다. 쓰는 거, 읽는 거, 그리고 종일 고양이들 바라보는 거 말고는 별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작고 조용하게 사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게 작아지다 보면 더 작은 세계가 자꾸 보입니다. 그래서 작은 세계를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작은 것은 무엇일까? 그걸 지키려면 무얼 해야 하나? 그런 생각들의 미로를 떠돌다 보면 결국엔 '소통'이라는 평범한 단어 속으로 귀가하게 됩니다.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어느 날 SNS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문단 내 성폭력이라는 문제 제기를 외면할 수 없던 무렵이었습니다. 타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면서, 그것이 나의 마음과 섞이면서 작은 것들이 만들어 가는 어떤 움직임에 대하여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거대함과 완강함에 맞서는 작은 것들의 어떤 기류에 대하여 천천히 응시했습니다. 작은 힘, 작은 목소리, 작은 꿈과 작은 삶들의 세계… 그것이 저의 시집 『미기후』입니다.

작은 세계란 사람들 개개인. 작은 세계의 힘, 꿈, 목소리 등을 시로 옮겨 놓은 것. 그리고 그것들을 시로 옮길 때 사용하는 방법은 소통. 그렇게 쓰인 시들이 모여서 『미기후』가 된 것. 꽤나 명료하게 설명된다.

지금의 이민하 시인은 2015년의 상처를 넘어서, 고요한 삶 속에서 작은 것들을 응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3.3. 전기적 관점에서 ‘이민하’의 작품세계 분석

이민하 시인의 생애를 기반으로 작품을 보면, 작품이 인생의 두 단계에 따라 다르게 쓰였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말하자면 작가로서의 초기 삶에서는 유년기의 고통과 고립감, 주변인들의 비명횡사, 어머니의 죽음 등의 사건이 내재적인 시창작을 촉발하고 이끌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삶에서 경험하고 이해한 이민하 시인만의 고통과 상실에 대한 인식이 『환상수족』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후기 삶에서는 자신의 고통에 천착하는 대신,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미기후』와 같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를 창작하기에 이른 것이다.

4. 결론

본 비평문은 환상과 주체, 환상과 공간이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이민하 시인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전기적인 관점에서도 이민하 시인의 작품세계를 넓게 조망한다.

이민하 시인은 서사 장르에서 많이 사용된 전통적인 방식으로, 초현실적인 현상에 기대어 환상을 창조하기도 하였다. 이때 창조된 환상 공간은 독자를 위하여 준비된 경우가 있고, 주체를 위하여 준비된 경우가 있다. 독자를 위한 공간 창조는 「세상의 모든 비밀」, 『음악처럼 스캔들처럼』의 뒤표지에서 관찰되고, 주체를 위한 공간 창조는 「환상수족」, 『미기후』의 뒤표지에서 관찰된다.

한편, 환상을 통하여 주체를 변조하거나, 시인 스스로 창조할 수 없을 주체를 외부에서 소환하기도 하였다. 주체의 변조는 『음악처럼 스캔들처럼』의 뒤표지 글에서 관찰되고, 외부에서의 소환은 「환상수족」에서 잘 관찰된다. 이는 시인이 일반적으로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자아를 환상을 매개로 불러내어 주체로 삼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민하 시인은 환상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초기에는 상실과 고립, 고통 등의 주제를 논하고, 후기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개인들의 목소리를 논하였다. 이민하 시인은 초기에, 유년기의 여러 경험에 기반을 두어, 자신의 삶에서 배운 고독과 고통에 대하여 시를 창작했다고 볼 수 있으며, 후기에는 유년기의 고통과 고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세상을 향해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