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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오늘은 친구와 함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왔다. 입구에 있는 금속 거인 조형물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이 아쉽다. 비가 오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다음번에는 노랫소리가 모두를 환영하길 바란다.

오늘의 전시는, <<젊은 모색 2025>>.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유사한 주제별로 묶어서 전시해 두었다.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작품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2 전시실의 어떤 작품은 80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던데, 이런 작품이라면 단독 전시를 하는게 옳지 않겠는가? 그 작품을 끝까지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많은 작품들이 모두 꼼꼼히 조명받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전시를 수 차례에 거쳐서, 조금씩 나누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월부터 10월까지 쭉 전시하는게 아니라, 셋이나 넷 정도로 나누어, 기간별로 다른 작품들을 전시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적은 시간 관람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개별 작품을 심도 있게 관람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작품을 감상하지 못했다.) 남은 작품이 많고 시간 제약이 있다는 것이 사람을 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다음에 또 보러 올 수 있다면 좋겠다.


흥미로웠던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본론

러브 데스 도그&에필로그 (2025)

아주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동일한 이름의 2023년 작품과 2025년 작품을 이어서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로는 2025년의 작품을 위하여 2023년의 작업을 수행했다고 느꼈다. (미술관에 있을 때, 두 작품이 동일 시기에 창작된 것으로 알았다. 정확한 작품 이름을 읽지 못하고 영상을 먼저 본 것인데, 당시의 나는 두 번째 작품(2025)을 위하여 첫 번째 작품(2023)을 창작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3년 작품은 들개의 소실, 식민 시대의 개와 조선인 등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로 풀어낸다. 한편, 2025년 작품은 굉장히 서정적이고 온건하게 개와 소를 통하여 인간의 과오를 지적한다.

이때 2023년 작품은 다소 교조적이다. 인간이 개와 사람에게 행한 일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눈 앞에 들이민다. 이 과정이 꽤나 폭압적이고 교조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이 의도한 것 처럼 수용자를 효과적으로 자극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정도가 과도하여 다소 불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청한 2025년 작품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전작의 교조적이고 폭압적인 이미지 형성이 일종의 배경지식으로 작동하며, 느리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모래사장에서 개 모형을 만드는 영상을 강화한다. 한편의 완결된 시나 회화 작품과도 같았다. 최종적으로 형성되는, 그림 속에 비치는 얼룩이 개로 보이는, 그 개의 이미지로부터 우리의 과오가 보이는 이미지를 형성해내는데 성공했다는 말이다. (본래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가질 수 없는 강렬한 느낌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판단이다.)

사진 찍는 것을 깜빡 잊어버려, 인터넷에서 영상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추후 모래로 만든 개 사진을 발견한다면 문서에 넣도록 하겠다.


Being

엄청난 집념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 주제에 대한 고도로 강한 집착.

image load faild 장한나, Being, 2025

저 조형물을 구성하는 조각들이 모두 전국 각지에서 모은 풍화된 플라스틱('뉴 락(New Rock)')이다. 굉장하지 않은가? 압도하는 느낌이 있다. 이때 각 조각을 어디서 얻었는지 또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image load faild 장한나, ?, 2025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그것을 선명하게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현실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산을 이룰 정도로 많지만, 대부분은 큰 효과가 없다. 이때 장한나의 <Being>은 탁월하다. 장엄한 구조물이 주는 충격적인 시각적 경험! 아주 인상적이었다.


인터넷 지도

인터넷을 매개로 한 대중과 자본의 상호작용을 풀어낸 신선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관람객 숫자에 연동되어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 탁월했다. '웹 서퍼'들이 돌아다니는 인터넷 세상은 왜곡되어 있다. 이 왜곡이 바닥에 표시된 역방향의 발자국과 화살표에서 드러난다. 왜곡이 쏟아지는 정보에 의해, 침몰하는 옛 정보에 의해서 드러난다. 이 왜곡을 은밀하게 표현하면서도 명확하게 인지되도록, 세밀하게 조율된 양질의 예술 작품이라 생각한다.

송예환, 인터넷 지도, 2025

이 작품의 탁월한 지점은 또 있다. 정면과 후면과 상부를, 3개의 화면으로 분할하여 표현한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정면은 다소 일반적이었지만, 뒷면과 윗면에서 볼 때, 붉은색의 'data trading'이 적힌 박스가 돌아다니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정보 교환의 장인 인터넷에서, '정보 교환'이라 적인 문구가 홀로 붉게 칠해져 떠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형성되는 듯 하다. (유일한 붉은 글씨는 누가 보아도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 메시지로 보인다. 그리고 그 글씨의 내용이 data trading 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정보 교환은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읽힌다. 정보 교환은, 정보 교환의 장을 설계한 사람들에게 '오류'인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소비자의 심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온통 선동과 날조로 가득 찬 언론보도는 더 이상 정상적인 '정보 교환'을 이끌지 못한다. 댓글 창 또한 마찬가지이다. AI에 의해 달리는 댓글, 거대 자본으로 고용된 인력들이 달고 있는 댓글들이, '대중'이라는 이미지를 왜곡한다. 진짜 대중은 그 속에서, 왜곡된 정보에 오염된다.

그런 인터넷 세상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좋은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여유를 갖고 관람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2025-05-01 작성 및 방문